김지운 로맨스소설『가장 투명한 빨강』. 그가 홍주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손이 올라왔다. 귀와 머리칼에 부드럽게 스쳤다. “간지러워.” 홍주는 웃으며 몸을 조금 틀었다. “움직이지 마.” 그가 말했다. 홍주는 숨을 멈추었다. 온몸이 바짝 얼었다. 아니, 얼었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그냥……숨을 쉴 수도 없게 아찔한 느낌. 혹은 그리움을 닮은 안타까움. 경욱이 지극히 섬세한 손길로 귓불을 더듬어 귀고리가 들어갈 길을 찾았다. “여기다.” 마침내 귀고리가 제 길을 찾아 파고들어왔다. 홍주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몸 어딘가에서 차르르 차르르 풀잎들이 몸을 떨었다. “예쁘다, 연홍주.” 그의 목소리에 눈을 뜨자, 그는 이미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귀를 만지던 손길도 다시 제자리에. 그러나 홍주는 여전히 미칠 듯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