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의 몰락과 소년의 성장을 통해 본 우리 근대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깊은 산 속 야시골에 사는 미륵이네 집에도 시대의 폭풍은 밀려 온다.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미륵이네 가족은 해체되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거렁뱅이가 되는 현실이 섬뜩하게 그려졌다. 가난하지만 미륵이는 자애로운 할아버지와 엄마 밑에서 자유로운 유년 생활을 보낸다. 그러나 일제 징용을 피해 야시굴에 숨어 살던 아버지가 좌익이 되어 나타나면서 미륵이네 집안은 시련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가장 친한 친구마다 원수가 되어야 하는 현실을 미륵이는 이해할 수 없다. 미륵이는 접하는 세계가 넓어질 수록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난다. 처음으로 간 장에서 미군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들을 희롱하며, 총을 쏜다. 게다가, 좌익인 아버지 대신 할아버지가 토벌대에게 끌려가 끝내 장독으로 돌아가시고, 산사람들이 쳐들어와 미륵이네 겨울 양식을 모조리 약탈해 간다. 할아버지, 붙들이,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친구들이 하나씩 죽어가고 그 과정에서 미륵이는 슬퍼할 틈도 절망할 틈도 없이 세상을 배워간다. 그리고, 아버지가 이루려고 했던 세상인 누구도 평등하게 자기 몫을 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