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지지해 줄 무릎의 힘을 기르는 일과 시시한 나를 견디는 것, 내가 그림책을 만나 처음 한 일이다. 〈가드를 올리고〉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을 이야기한 고정순 작가의 쓸쓸하고 진솔한 고백! 첫 그림책을 내는데 13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그때 그의 나이는 서른아홉이었다. 지금까지 열네 권의 그림책과 한 권의 산문집을 냈다. 20대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 안 해 본 아르바이트 없이 오로지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 길을 걸었다. 스물일곱에 첫 공모전 물먹고 서른아홉까지 날마다 그림책 더미를 만들었다. 그사이 난치병까지 얻었다. 아무도 없는 길모퉁이에서 자신을 노래한 다섯 번째 그림책 〈가드를 올리고〉를 출간했고, 이제는 다크 그림책 작가라는 웃픈 별명까지 얻었다. 아직도 하고픈 이야기가 많고, 이제는 숨만 쉬어도 그림책이 된다고 우기며 살고 있다. 모든 일에 순서가 딱 정해 있는 건 아니겠지만, 고정순 작가는 유독 작가가 되기까지 남다른 시간을 오래 살았다. 그가 이제 그림책 작가가 되어 겪었던 경험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다. ‘고정순’이란 작가의 이름을 갖기 위해 어떤 산을 어떻게 넘어왔는지, 쓰러질 때마다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