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빛 그림아이 시리즈. 아동 문학가이자 신화 연구가인 김춘옥 작가가 <꼭두랑 꽃상여랑>으로 삶의 마지막 통과 의례인 죽음과 장례 문화를 전한다.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 상례 절차를 알 수 있다. 이수진 그림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판화로 작업한 장면 하나하나가 따뜻하면서도 엄숙한 아름다움을 표한다. 언덕 위에 홀로 선 살구나무는 마을과 외떨어진, 언덕배기 아랫집에 사는 소녀 명화와 둘도 없이 친한 사이다. 명화는 매일 살구나무를 찾아와, 지낸 이야기를 재잘재잘 한다. 하지만 살구나무는 명화가 힘들 때 다정한 말을 건넬 수 없고, 보고 싶을 때 달려가 만날 수도 없다. 명화가 꽃가마를 타고 푸른 보리밭을 지나 이웃 마을로 시집가는 날에도 살구나무는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긴 시간이 흐르고, 이젠 열매도 맺지 못하는 살구나무는 세찬 바람에 쓰러져 삶의 끝을 기다리고 있는데, 명화를 닮은 여자가 찾아온다. 그 품에 안겨 살구나무가 찾아간 곳에는 살구나무처럼 늙은 명화가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