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은 책 속의 세계와 책 읽는 자의 고독과 명상을 신선한 상상력으로 들려준다. 책 속의 세계는 죽음으로 포장된 세계이다. 그러나 그 세계는 그것을 읽는 이의 시선에 의해 마술이 풀리듯 금방 생기 있게 살아난다. 그 생동감은 타자에 의해 조작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로부터 생겨나서 다시 주체에게 담기는 자체 순환의 힘이다. 그곳에는 소멸은 없고 끝없는 생산만이 있다. 왜냐하면 그곳은 최초에 소멸이 있었고, 이후는 소멸에서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일만이 남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런 세계를 책의 세계로 포함되는 가상 세계 또는 환(幻)의 세계로 보고, 그 세계의 생동감과 신비로움을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