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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삶이 분간되지 않는 곳에서 탄생한 작가가 비로소 그려 낸 지옥도와 탈출로 두 권의 시집, 『연애의 책』과 『식물원』으로 낯선 감각과 선득한 개성을 보여 준 유진목 시인의 신작 시집 『작가의 탄생』이 민음의 시 275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작가라는 미명 하에 사람이 아닌 것을 호명하고 탄생이라는 정언을 말하면서도 삶의 바깥에 골몰한다. 그런 유진목의 언어는 많이 “다르고” 꽤 “위험”해 보인다. 더하여 “불안의 근원”이고 “분열의 씨앗”과 다름 아니다. 그런 언어가 모여 이루는 이야기는 여태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게 된 자의 “터널”이며 사람이길 그만두고 싶은 이의 “내장”이 된다. 안과 밖에 걸쳐진 지옥도가 펼쳐진 셈이다.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이토록 산발적이며 연쇄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어쩌면, 우리에게 지옥 너머를 꿈꿀 수 있는 탈출로를 제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 발견은 “파로키”의 뒷모습을 보고 “로스빙”에게 말을 거는 우리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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