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버린 집, 물리적 상실을 통과하면서 쓴 시들 1985년 출간된 《아킬레우스의 승리》는 루이즈 글릭의 네 번째 시집이다. 네 번째 시집을 낼 때쯤 글릭은 제법 알려진 시인이 되어 있었다. 네 번째 시집 《아킬레우스의 승리》에 이르러 여전히 일인칭 화자를 내세우면서도 자기만의 개성 있는 목소리를 만들고자 하는 시인의 실험은 계속된다. 글릭에게 1980년은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해였을 것이다. 일단 세 번째 시집 《내려오는 모습》이 나와 그해 출간된 시집 중 가장 뛰어난 시집 중 하나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해는 큰 상실의 해이기도 했으니, 바로 버몬트의 시골집이 화재로 소실되는 사건이 있었다. 살림살이는 물론이고, 아끼던 책, 편지, 사진, 추억, 어떤 역사가 재가 되는 일. 하지만 시인은 그 경험을 그냥 “집이 불에 탔고, 우리는 다시 마을로 돌아와 새 집을 샀다”고 말한다. 네 번째 시집 《아킬레우스의 승리》는 그 상실을 통과하면서 쓴 시들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