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바삭하게 튀겨 놓은 핫도그처럼 탐스럽고 고소한 시편들로 그득 채운 장세정의 첫 동시집 『핫-도그 팔아요』.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의 쉰여섯째 권이다. 장세정은 오랜 시간을 동시를 읽고 쓰는 데 썼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때를 만나 제 빛깔로 꽃을 피우고 맘껏 향기를 뿜”기를 간절히 바라며(‘책머리에’, 장세정), 그런 날들이 자라 10년이 지나고서야 한 권의 동시집을 꾸린 것이다. 여름내 펼쳐 놓은 풋-도그에 토끼도 닭도 얼씬 않아도, 그저 살랑살랑 물결치게 내버려 두는 재미로 팔았던 담벼락의 마음처럼 시인은 “감히 나무의 목숨과 맞바꿀 시집 한 권 내어도 좋은 때, 시집을 펼쳐 든 사람들의 한순간을 물끄러미 잡아끌어도 좋은 때, 시보다 더 재미난 게 있다면 시를 던져 버리고 더 엉뚱하게 더 발랄하게 살아도 좋은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영근 시편들은, 한 입 맛본 이 누구라도 그 마음을 가을빛으로 물들일 수 있을 만큼 충만하고 또 풍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