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이후 4년 만에 펴낸 허수경 시인의 네번째 시집. 고향인 진주 말을 살려 쓴 제1부 '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가 근원에 대한 그리움의 상상력을 나타낸다면, 그의 전공인 고대동방고고학을 연구하며 발굴 현장에서 발로 뛴 내용들을 담은 제2부 '새벽 발굴'의 시편들은 시공을 넘나드는 거시 상상력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반(反)전쟁시'들로 묶인 이번 시집의 시어는 보다 근원적이고 거시적인 상상력을 발동한다. 독일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는 시인이 오래된 지층 혹은 현재 전쟁 소식을 접하며 마치 발굴하듯 모국어로 옮긴 시어 하나하나는 고고학적 상상력과 여성성의 시어들로 빚어져 희망의 언어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