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생명을 발견하는 빛의 희망 문학과지성 시인선 357 『빛의 사서함』. 박라연 시인은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시단에 등장했으며, 시집으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등과 산문집 「춤추는 남자, 시쓰는 여자」 등을 펴냈다. 특히 2008년에 제3회 윤동주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박라연은 삶에서 죽음을 찾기보다 죽음에서 생명을 발견하는 일을 더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시인이다. 그간의 저작들을 통해 실존적 슬픔을 서서히 극복하고 대체로 삶에 대한 전면적인 긍정과 희망의 시각을 선보여왔다. 이번 여섯번째 시집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고 활당한 상상력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 이 책의 Tip! 시련 없이 성숙할 수 있는 사람은 없듯이, 죽음의 고통 없는 생명의 탄생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죽음이 삶 속애 있다는 깨달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죽음의 시련을 극복해서 새로운 삶의 의지로 사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박라연은 삶에서 죽음을 찾기보다 죽음에서 생명을 발견하는 일을 더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시인이다. 『빛의 사서함』이란 제목이 암시하듯이, 삶에 어떤 고통과 시련이 오더라도 그것에 절망하기보다 빛의 희망을 찾는 일은 그녀의 모든 시를 특징짓는 요소이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빛을 열어보려고 허공을 긁어대는 손톱들 저 무수한 손가락들을 모른 척 오늘만은 온 세상의 햇빛을 수련네로 몰아주려는 듯 휘청, 물 한 채가 흔들렸다 헛것을 본 것처럼 놀라 금방 핀 제 꽃송이를 툭 건드리는데 받는 정을 갚으려고 빛으로 붐비는 다이애나 妃와 오드리 햅번까지 활짝 눈을 떴다 팔뚝만 한 쇳덩이가 바늘이 될 때까지 불덩이에 얹혀살다가 불의 그림자로 바느질한 빛의 사서함 그녀들의 사서함이 代 끊긴 수련들을 붉고 노란 웃음소리로 불러냈을까 깊은 울음만이 진창으로 흘러들어가 붉고 노랗게 웃을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수련이 또 수없이 피어났다 잘 익은 근심들을 붉고 노란 웃음소리로 뽑아내듯 _「빛의 사서함」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