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표현 형식을 가지고, 몸과 몸 밖이라는 크게 이분화된 삶의 실존적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온 이원 시인이 세 번째 시집을 펴냈다. 2001년 출간된 이후 6년 만이다. 이제껏 이원의 시가 보여주었던 익숙한 그림은, 사각 틀 속에 갇힌 공간의 풍경, 모니터와 전화선, 시곗바늘을 타고 흐르는 말의 내면이었다. 그에 반해, 세 번째 시집 는 둥글고 부드러운 몸, 몸의 내부, 사물의 그림자, 그림자가 품고 있는 깊이 등에 주목한다. 해설에서 평론가 문혜원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이원의 주요한 키워드 가운데 그림자와 거울을 예로 들면서, "그림자가 몸 안에 겹쳐져 있다가 밖을 향해 빠져나오는 것이라면, 거울은 몸의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와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