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은 우리 문학사에서 남다른 시인이다. 물론 남다른 시인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그는 조선 후기의 봉건적인 체제 속에서 남다른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쳤으며, 그러한 몸부림을 한시의 형식 파괴로 보여 주었다. 우리 문학의 형식 가운데 가장 견고한 것이 한시의 형식인데, 그는 전통적인 한시의 형식만 파괴한 것이 아니라, 한시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 즉 한자까지도 쓰지 않고 풍월을 지었다. 개화기에 한때 유행하였던 언문풍월도 그가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의 시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더 큰 이유는 그가 한시의 형식을 파괴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형식이 파괴된 한시를 통해서 당시의 통속적인 가치 관념까지도 파괴하였기 때문이다. 김삿갓의 시를 처음 본격적으로 수집해서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한 이응수 선생은 그를 통속시인ㆍ민중시인ㆍ생활시인ㆍ걸인시인ㆍ방랑시인ㆍ풍류시인ㆍ풍자시인ㆍ파격시인으로 소개했는데, 그의 이러한 특성은 아직까지도 그대로 설명된다.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