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러들지 않는 시적 열망, 시인 이성복의 ‘허기의 정체’가 너울대는 시집을 다시 마주하다! 한국시에 영원히 마르지 않을 생명샘의 가는 한줄기가 되어주며 옛것의 귀환이라는 사건을 때마다 일으키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R」 제1권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당시 독자를 충격했던 새로움을 보존하고 같은 강도의 미지의 새 새로움의 애채를 옛 새로움의 나무 위에 돋아나게 하는 시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1권은 첫 출간된 지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시인 이성복의 여섯 번째 시집으로 저자의 체험과 시적 욕망, 감각과 사유의 진폭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우리말로 번역된 외국 시인들의 시를 읽고, 그 독서에서 출발해 쓰여진 시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저자가 그토록 텍스트를 읽고, 세상을 보고, 사물의 이치를 분별하고자 하는 열망과 이를 말로써 구현하려는 맹목에 가까운 시적 욕망의 정체를 밝히고자 작업한 내용을 일련번호 1부터 100까지 숫자를 달고 묶어낸 총 100편의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을 분별하고자 하는 욕망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궤적을 그려나가는 저자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