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야구팀이 처음 공놀이를 했던 서울 동쪽의 넓은 들판 '성동원두', 그 터에 1925년 경성운동장이 개장됐다. 그리고 그곳은 서울운동장으로, 그리고 동대문운동장으로 변해가며, 고교야구의 메카, 프로야구 출범의 시작점이 되었다. 1980년대 고교야구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관중석은 만원사례를 이룰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던, 한때 학생야구의 메카였던 그곳. 그곳엔 변변치 않은 오락거리로 삶의 노곤함을 달래던 보통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상념들이 같이 존재했다. 그래서 어떤이는 그곳을 감히 '문화유산'이라고도 칭하는데, 결코 과장된 단어가 아니다. 1925년부터 철거가 완료된 2008년까지 그 오랜 시간 사람들과 같이 웃고, 떠들고, 화내고, 슬퍼했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던 '의미있는'곳이기 때문이다. 2006년 동대문운동장은 시설을 전면적으로 철거.재개발하는 것이 결정되었고, 2007년부터 철거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역사의 한 조각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2008년 그 존재는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아련한 장소가 되었다. 박준수 사진작가는 2007년 철거를 앞두고 열린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에서 동대문운동장의 마지막 모습을 비롯 그곳의 곳곳을 기록했고, 김은식 작가는 그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글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