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고분고분한 양처럼 길들이고 싶어 하는 대통령과 모든 사람이 성경 교리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 목사가 권력을 장악했다. 한때 흑인 대통령이 평등과 평화를 외치던 이 나라는 이제 ‘순수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의 권리를 하나씩 빼앗고 급기야 하루에 100단어 이상을 말할 수 없게 만들었다. 텔레비전과 신문은 오직 정부 정책을 찬양하는 방송만 내보낼 뿐이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신경학과 언어학의 권위자인 진 매클렐런 박사는 어느 날 정부로부터 실어증 치료제를 만들어달라는 반강제적인 제안을 받는다. 한때 믿고 의지했던 남편마저 정부 정책에 동조하기 시작하자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정부 주요 인물을 암살하고 정권을 뒤엎을 위험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과연 그들은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크리스티나 달처가 그려낸 디스토피아는 조지 오웰, 마거릿 애트우드의 그것보다 조금 덜 새롭고 덜 환상적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당장 우리 앞에 닥쳐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현실적인 설정은 그만큼 더 소름 끼치는 상황을 보여준다. 한때, 그러니까 하루 100단어라는 법령이 처음 시행되었을 때 여성을 향한 억압과 차별에 함께 분노하고 저항했던 남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들 모두가 세뇌 당했을 때쯤, 그러니까 카운터가 여성들의 손목에 채워진 지 1년이 넘은 시점의 모습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