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걸어오는 건축물과 귀 기울이는 인간의 따뜻한 공존,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만 평가하는 사회에 울리는 경종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하루아침에 건물은 바뀐다. 오래된 건물이 사라진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선다. 지역의 상징이던 다방, 30년 된 동네 빵집, 4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책방 등이 흔적도 없이 철거되는 것이 현실. 추억은 힘이 없다, 돈을 이길 힘이 없다. 추억을 돈으로 산 승자들은 웃는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승자는 머지않아 패자가 될 것이다. 그 새 건물도 훗날,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까. 이 책은 인간과 의인화한 건축물의 관계를 그리며 질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진다. 오래된 건물은 더는 가치가 없는 걸까? 돈이 되지 않으면 전부 사라져야 할까? 오래된 건축물 사이에 지어진 새집 ‘미선이’의 목표는 단지 철거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살던 가족은 떠나 버리고 미선이는 귀신 붙은 집이라고 소문나 철거될 위기에 처하고 만다. 하지만 갈 곳 없는 거미 가족과 길고양이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아이 ‘재로’를 만나면서 건축물로서의 사명을 깨닫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