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아이들 시리즈. 남을 위하고 배려하는 작은 마음 하나가 세상을 어떻게 따뜻하게 채워 나가는지를 섬세하고 위트 있게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말솜씨가 없는 임금님과 친구들(이 책에서는 ‘신하’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이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들을 역설적으로 아름다움과 따뜻함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임금님이 친구들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니고, 친구들이 임금님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건데도 불벼락이 떨어지기는커녕 이들이 뿜어내는 행복 바이러스는 배가 되어 주변을 따뜻함으로 물들인다. 그 일들의 밑바탕에는 임금님과 친구들 모두에게 상대를 위하고 생각하는 이타적인 마음이 충만하다. 말보다도 중요하고 앞서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정한 임금님과 마음씨 좋은 친구들을 통해 깊이 있고 산뜻하게 그려 낸 그림책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친근한 옛이야기 형식 속에 현대 사회를 향한 예리한 통찰을 담아냈다. 상냥하지만 수줍음이 많고 말솜씨가 없는 임금님과 그런 임금님의 생각을 추측과 짐작으로 나름의 해석을 한 나머지 뜻밖의 행동을 하고 마는 여섯 친구들. 이들의 어긋남은 좀처럼 간격을 줄이지 못하고 점점 더 벌어져 임금님의 의도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엉뚱한 결과를 낳지만 그것이 오히려 주변을 점점 행복하게 만들고 모두에게 해피엔드를 선물해 주기까지 한다. 엉뚱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상한 왕국의 임금님과 여섯 친구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유쾌함을 넘어 소유하는 것과 버리는 것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