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의 참 의미를 일깨워 주는 책. 저자 정청라가 사는 곳은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다니!’ 싶을 정도로 외진 산골이다.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 작은 구멍가게 하나 없고 이웃이래야 열 가구, 혼자사는 할머니 뿐이다.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시골로 들어가 농사지으며 살기로 결심한 삼십 중반의 새댁인 저자의 눈에는 빈 집처럼 보이는 곳에서 유령처럼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처음엔 이상하게만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할머니들의 삶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할머니들의 악착같은 생명력 앞에 넙죽 엎드리게 된다. 『할머니 탐구 생활』에는 이웃에 살아가는 여덟 명의 할머니, 그리고 퍼주고 퍼주는 삶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신 외할머니, 결혼 전 시골 생활을 체험하러 내려간 합천에서 살뜰히 돌봐주시던 설매실 할머니, 읍내 장터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 이야기 등이 청라네(저자) 가족 이야기와 어울려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펼쳐진다. 초라하고 볼품없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 내면에 무한한 힘을 지닌 할머니들, 이 책에는 그분들의 악착같은 삶을 지켜본 저자가 깨달음과 함께 얻은 용기를 그때그때 기록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