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곧 ‘삶의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누구에게나 철학은 이미 숨 쉬고 있다. 그것이 비록 정제되지 못하고 고상한 언어로써 표출되지 못하여 소위 굴러다니는 ‘개똥철학’이라 불릴지라도, 그 가슴에 담긴 가치관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새벽 어스름이 잦아든 즈음부터 휜 허리를 부여잡고 손수레를 미는 아비의 굵은 손마디에도, 품으로 사랑으로 낳은 자식을 생각하면서 힘겨운 ‘오늘’도 묵묵히 견뎌 내는 주름진 눈가의 맺힌 이슬에도 어떤 학문보다도 고귀하면서도 강력한 ‘삶의 항변(抗辯)’이 깃들어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