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지만 다른 숨으로 찾아온 김숨의 편지소설! 개인과 시대를 향한 여정을 펼치며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까지 평단과 독자의 지지와 신뢰를 받아온 작가 김숨의 믿음직한 행보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줄 『너는 너로 살고 있니』. 560여 매 가량의 편지 형식인 이 소설은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 없는 무명의 배우 ‘나’가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생면부지의 한 여자를 간호하기 위해 돌연 삶을 정리한 채 난생처음 경주로 내려오며 시작된다.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이름은 경희로 사고 전에는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아왔다. 나는 친자매보다 더 그녀와 닮아 보인다는 타인의 말을 들을 정도로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녀는 눈을 깜박인다거나 눈물을 흘리고 갑각류 같은 분절음들을 통해내는데, 그건 무의식적인 반사 반응에 지나지 않는다. 살아 있긴 하지만 죽어 있고 죽어 있는 듯 하지만 살아 있는 그녀를 보살피며 나는 잃어버렸던 혹은 죽어버렸던 ‘나’라는 존재를 찾아간다. 살아 있어도 죽은 듯 삶을 영위했던 ‘나’와 죽어 있으나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그녀’가 교감하는 이야기들,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이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은유로서 한 편의 산문시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육체와 정신, 여성성의 문제들을 저자 특유의 문체로 촘촘하게 그려가며, 단지 ‘여자5’였던 내가 나의 존재를 찾고 그녀 또한 족쇄로 남은 삶을 극복할 수 있을지 차분히 지켜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