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임곤택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너는 나와 모르는 저녁』이 문예중앙에서 발간됐다. 첫 시집 『지상의 하루』에서 오래 벼린 절제된 언어로 "비루하고도 소중한 삶의 속성을 '하루'의 은유"로 빚어냈던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는 것은 “시의 고유한 문법과 스타일을 구축하고 변주하는 물적 토대”로서의 산책이다. 이 산책은 도시의 거리와 풍경을 관찰하는 산책이 아니라 낱낱의 걸음으로 촘촘하게 도시를 만드는 산책이다. 그의 시는 일상이라는 거대한 악보가 영원한 도돌이표에 속박되어 있을지라도 지금-여기의 한 걸음이 튕겨내는 현의 떨림은 매 순간의 도시의 얼굴을 새롭게 빚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