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이와 같은 풍속의 사람들이 있다니 참으로 대단하도다!” 제주에 떠내려온 흥미로운 바깥세상 이야기 《해외문견록(海外聞見錄)》은 제주목사 송정규가 17~18세기 제주에서 발생한 표류 사건들을 수집하여 기록한 책이다. 폐쇄적인 조선 사회에서 실리적이고 경세적이었던 송정규는 동아시아 해역에서 항해하다가 제주에 표류한 사람들을 통해 일본·중국·베트남·대만·네덜란드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상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처음 접한 바깥세계에 경이로워하면서, 이미 동아시아 일대의 국가들이 활발한 교류를 통해 힘을 키워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해양의 시대’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 그는 후대를 위해 당대 동아시아의 무역 현황에 대한 새로운 문건과 함께 중국 선박의 구조나 서양 무기에 대한 치밀한 보고서 등을 남겼다.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호기심 가득한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당대 동아시아 일대의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