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발상가들이 생각의 도구로 사용한 ‘개념’이나 ‘형태’, ‘방법’ 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기원을 탐색한 책이다. 다양한 ‘개념’, ‘형태’, ‘방법’ 중에서도 쌍[對]이라는 관념, 속도, 원근법, 나선, 추상 표현, 스트라이프, 콜라주, 레디메이드, 데포르메, 오브제 등 인간의 눈을 현혹해 온 18가지 테마의 기원과 변천을 묻는다. 이 과정에서 마쓰다 유키마사는 비주얼 문화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인류 가치관의 변천이 갖고 있는 놀라운 반전들을 보여 준다. 세계적인 그래픽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에 견줄 만큼 현재 일본 디자인의 지성을 대표하는 마쓰다 유키마사는 이 한 권의 책으로 비주얼 문화사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떤 형태로 변해 왔는지를, 마치 현미경으로 곤충을 관찰하듯 꼼꼼히 살핀다. 무엇보다 사실의 비약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종횡무진 전개해 가는 전방위적 발상이 흥미를 자극한다. 그의 이런 작업은 인문학은 물론 거의 모든 장르의 사상과 예술을 섭렵한 후 그 안에 숨겨진 사고와 의미를 자유자재로 통합하고 해석해 내는 지적 내공으로 든든하게 뒷받침되어 있다. 미술, 건축, 언어, 역사, 문자, 음악,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만만치 않은 깊이를 드러내며 드라마틱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480점의 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함을 자랑한다. ‘비주얼로 보는 문화사’의 또 다른 경지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사려 깊은 텍스트와 황홀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