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숲 시리즈 5권. 책이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가능한 뉴미디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리하고 유쾌한 책이다. 클라우디아 루에다는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책을 진화시켰다. 책의 아날로그적 물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상호작용이 가능한, 그래서 가장 ‘책다운’ 상호작용을 창조해 낸 것이다. 책을 흔들고, 치고, 기울이고, 뒤집으며 아이들은 너무나 즐겁게 책 속에 몰입해 들어갈 수 있다. 내 손으로 직접 잡고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화면을 통해 구현하는 화려한 입체 영상보다 오히려 더 현실감이 있다. 진짜로 ‘흔들고’, 진짜로 ‘치고’, 진짜로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책 속 주인공과 하나가 되는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된다. 책장을 넘기면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스키를 신은 토끼 한 마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토끼가 나에게 말을 건다. “아, 너였구나! 나랑 같이 스키 타러 갈래?” 수줍게 미소 지으며 권유하는 모습에 거절하지 못하고 토끼를 따라 나선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눈이 없는 것이다. 토끼가 다시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눈을 내리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네가 책을 좀 흔들어 줄래?” 조심스런 표정으로 말하는 토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책을 조금 흔들어 본다. 그러자 정말 눈이 내린다. 이번에는 토끼가 신이 난 표정으로 다시 부탁한다. “조금만 더 세게 흔들어 줄래?” 신나게 책을 흔들고 책장을 넘기니 토끼가 눈 더미에 묻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