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삶의 향기를 오롯이 품은 이인휘의 소설집 노동자들의 삶을 짓누르는 어둠과 그 안에서 움트는 투쟁의 불꽃을 기록해온 노동자 출신 작가 이인휘의 소설집 『폐허를 보다』. 전작들에서 우리 사회의 치유되지 못한 상처들을 돌보는 작업을 계속해온 저자는 이번 작품집을 통해 파괴된 인간의 상처를 심도 있게 그려낸다. 직권조인으로 노조가 투쟁에 실패하자 낙심하고 쓸쓸하게 죽어간 남성 노조원, 죽은 남편이 일하던 공장을 찾아가 회사와 노조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며 굴뚝에 오르는 여성 노동자 등의 이야기를 통해 생을 파괴당한 이들과 그들을 양산한 한 시대의 그림자를 기록한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고된 노동 속에 죽음이 코앞에 와 있는 것을 깨닫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장의 불빛》, 섭씨 200도가 넘는 철판에서 온종일 호떡을 뒤집고 펄펄 끓는 기름에 핫도그를 담그며 온몸이 식용유 기름에 범벅이 되어가지만 생산량 목표치는 매달 경신되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사장의 폭언 또한 점점 도를 넘어가는 끔찍한 환경에서 생을 이어가는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그린 표제작 《폐허를 보다》 등 모두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