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그간 응축된 언어에 실린 진지한 성찰과 곧은 시정신의 기품으로 서정의 미학을 펼쳐보였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명랑한 이야기는 왜 시가 잘 되지 않는가”(시인의 말)에 주목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가는 ‘명랑성’의 세계를 펼친다. 시인의 ‘명랑성’은 역설적이게도 그늘진 우리 삶에 대한 오랜 성찰과 연민 끝에 걸어 나온다. 이 지난한 과정 끝에 시인은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라는 인식에 가닿으며 삶과 현실의 참모습을 새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그 바닥에서 드리는 간절한 기도이자 그 허공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나희덕, 추천사)로서, 그 고요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사유를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