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서관 그림동화 시리즈 171권. 독일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떨어진 소년이 가족을 되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담은 그림책이다. 아이의 눈을 통해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야만 하는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 냈다. 작가 톰 클로호지 콜은 분단국가에서 한 가족이 겪는 아픔을 최소한의 언어와 강렬한 그래픽 아트로 표현했다. 극단적으로 분할된 도시, 철책과 군인 등은 어두운 시대상을 드러내며 전쟁과 분단이 주는 고통을 의미심장하게 보여 준다. 그러나 톰은 본문 안에서 베를린 장벽이라는 단어, 혹은 이를 둘러싼 정치적 이념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어둡고 차가운 색조의 그림을 통해 독자에게 당시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마저 검열을 받고, 사복 경찰들이 끊임없이 감시하는 장면들을 통해 독자들은 정치.사회적으로 탄압을 받았던 동독의 음울한 상황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어두운 그림과 더불어 건조하게 읊어지는 대사는 거대하고 비합리적인 힘겨루기 속에서 고통받는 한 가족의 모습을 더욱 절절하게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