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균열이 어떻게 범죄로 치닫게 하는지 대담하게 포착한 걸작! 가쿠다 미쓰요 장편소설『종이달』. 80년대 말부터 일본 경기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는 이 소설은 버블 경제의 막바지, 부동산 가격이 마지막으로 치솟을 무렵 큰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 고령자들과 자식 세대에 벌어지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마치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는 듯한 점점 쇠락해가는 경기 속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청년들, 사소한 빈부의 격차에도 예민하게 발동하는 여성들의 심리적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자신이 근무하던 은행에서 1억 엔을 횡령하고 태국으로 도주 중인 41세 주부 우메자와 리카. 소설은 그녀의 회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순수한 정의감을 갖고 자라온 우메자와 리카는 친구의 권유로 은행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점차 실적이 올라 계약사원이 된 리카는 부유층 고객, 특히 돈은 많지만 외로운 노년을 보내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색하기로 유명한 노인의 손자 히라바야시 고타를 만나면서 그녀의 삶은 급변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