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황금기’라는 거대 서사에 가려졌던 526명의 소녀들! 르네상스의 찬란한 문화가 꽃핀 이탈리아의 피렌체. 1544년 피렌체에서 가장 열악한 동네에 집 없는 소녀들을 위한 자선 쉼터인 ‘피에타의 집’이 설립되었다. 그런데 처음 14년 동안 그곳에 수용되었던 526명의 소녀들 가운데 오직 202명만이 살아남았다. 사망률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는 무엇이 사라진 소녀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를 르네상스기 피렌체의 성과 노동, 권력과 종교, 정치적 역학관계 등 복잡다기한 관점에서 추적하는 책이다. 극도로 제한되고 왜곡된 사료의 ‘행간을 읽음’으로써 파편화된 단서들을 모아 재구성해 피에타 소녀들을 둘러싼 운명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쳤다. 피에타의 집은 자신들의 쉼터를 유지하기 위해 저임금의 노동집약적인 견직물 제조업 공장으로 변모했고 소녀들은 강도 높고 열악한 노동 환경 속, 피부병과 폐결핵은 물론 수수께끼 같은 질병 ‘처녀들의 병’을 앓게 된다. 당시 의학 서적이 소개한 ‘처녀들의 병’을 치료방법은 바로 성관계를 맺는 것이었는데 이를 통해 여성은 남성성을 확인하고 교육하는 물질적 상징적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수많은 소녀들은 사회의 최하층으로 성병과 낙태에 의해 죽음을 맞는 일이 일상화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