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물고 간 할머니의 기억』은 치매로 점차 기억을 잃어 가는 할머니와, 할머니를 아끼며 지켜 주는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세리즈 할머니는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립니다. 집에 갈 길이 막막해져 햇볕을 쏘이다가 무작정 걷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자동차 열쇠는 까치가 물고 간 것 같습니다. 한 시간 전 일은 까마득한데, 어린 소녀 적 일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집니다. 처음 자전거를 타고 비탈길을 내달리던 날의 기분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할머니는 어두워진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동네에서는 할머니를 찾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였죠. 할머니는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저녁으로 먹으려고 산 피자를 어디 두고 왔는지도요. 까치가 물고 간 것은 아무래도 열쇠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할머니를 지키고 싶은 할아버지는 며칠 동안 헛간에 틀어박혀 선물을 준비하지요. 아내의 깜박증을 돕기 위한 특별한 드레스입니다. 드레스에는 손수 덧대어 만든 창이 여러 개 달려 있습니다. 창문 안에는 할머니가 기억해야 할 모든 정보와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전화번호와 주소, 약속, 요리법, 가족들의 얼굴과 이름, 둘이 하나가 되던 젊은 날의 모습까지 옷 한 벌에 담았지요. 할머니는 아름다운 드레스의 창을 하나씩 조심스레 열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