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장편소설. 노비의 신분으로 세종의 총애를 받아 종3품까지 올랐던 장영실.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발명품을 수없이 만들어냈던 장영실이 세종의 가마를 잘못 설계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역사의 모든 기록 속에서 사라진다. 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작가는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10년의 시간과 열정을 바쳐왔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엉뚱하게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서 발견한다.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기중기부터 다연발 로켓, 물시계, 비차의 모형도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수많은 스케치에는 우연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장영실과의 접점이 나타난다. 장영실이 천만 길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건너가 우여곡절 끝에 어린 다빈치를 만났다면, 이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작가는 이제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거니와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 '역사적 가정'의 공백을 소위 팩션의 형식을 빌려 빈틈없이 채워나간다. 한 부분이라도 어긋나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돌탑을 쌓듯, 정교한 솜씨로 이야기의 퍼즐을 완성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