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그림책 시리즈 33권. 일러스트레이터 엄정원의 첫 그림책으로, 아이들의 시선으로 충격적인 환경 재난의 시대를 바라본다. 죽어 가는 검은 바다와 섬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방사능 유출로 지금껏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후쿠시마를 떠올리게 한다. 목탄을 짓이기듯 손으로 문질러 표현한 역동적인 바다는 아이의 슬픔과 절망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바다가 오염되자 어부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섬을 떠난다. 한때는 활기 넘치는 섬이었지만 이젠 엄마와 아이들만 쓸쓸히 남아 아빠가 데리러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기다림에 지친 아이가 목 놓아 아빠를 부르자 그 간절한 마음을 아는 듯 바다도 숨을 죽인다. 결국 마지막 남은 바다 새까지 멀리 떠나고, 텅 빈 바닷가에는 슬픔에 빠진 아이만 홀로 서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