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 전후의 피해를 복구하고, 개발도상국을 벗어나려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관계의 순리를 알고 더불어 살아가던 그러나 모진 풍파를 만나는 바닷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소설이다. 빠르게 읽힐 뿐 아니라 진솔한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바닷가 수청구지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아마비로 인해 걷지 못하는 열여섯 장애아 봉희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하지만 대개의 자전적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지나친 감정이입이나 자기연민은 찾아볼 수 없다. 작가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때’를 회상하며 이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문체와 정확한 묘사를 통해 그려낸다. 한 폭의 수예품을 보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 이 소설은 부재와 유실에서 기인하는 개인과 시대의 아픔과 그 속에서 생생히 떠오르는 아름다움을 성공적으로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