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남은 이의 슬픔을 위로하는 서비스대행업체 ‘애도와 위안의 사람들’ 직원 차연은 장례식장에서 손예진을 닮은 여자, 원형과 마주친다. 그녀에게 흥미를 느낀 차연은 원형에게 말을 걸고 그 인연은 술자리로 이어져 결국 둘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차연은 원형과 가까워질수록 불안한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다. 원형은 십 년은 더 된 은색 폴더 핸드폰으로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다른 이의 손때가 묻은 물건이 담긴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보석함을 집 안에 보관하고 있다. 차연은 보석함에 적힌 이름 중 하나에서 기시감을 느끼고 기억을 헤집은 끝에 깨닫는다. 그 이름이 원형과 마주친 장례식장의 고인 중 하나였음을.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차연에게 원형은 그를 안다는 여자가 있다고 한다. 열세 살 이후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고 동호회 회원 둘과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홀로 살아남아 수면제 기운 만큼이나 버거운 자책감에 시달리는 여자, 이연. 그러나 차연은 이연을 기억하지 못한다. 차연은 어디서 어떤 사연으로 이연과 마주쳤던가. 그리고 원형은 여전히 자살을 꿈꾸는 이연을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