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이라는 직업을, 그리고 문학을, 그 중에서도 그림책을 사랑하는 저자가 이제 홀로 자신의 얼굴을 맞닥뜨린, 중년을 위한 그림책 읽기를 시작한다. 교실 속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그 녀석들의 마음과 삶을 읽는 매개물이었던 그림책이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과 함께해 온 이들과 자신을 맺어 주는 매개물로 다시 찾아온 것이다. 늘 품에서 귀여운 짓만 할 것 같았지만 어느덧 사춘기에 방황하며 애를 끓게 하는 두 아들, 오랜 시간 함께해 왔고 힘이 돼 주었는데 어느 순간 낯설게만 느껴지는 친구, 외면하며 삐걱대는 동료, 이십대 초반에 함께 꾸었던 꿈을 이제는 순진하다고 되물리는 선배,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최은희 선생은 다시 그림책을 꺼내들어 “나를 고민에 빠뜨리는 그들이, 돌아보니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존재였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이 책은 그렇게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불안을, 아픔을, 관계를 피하기보다는 똑바로 쳐다보고 다독이는 편지이며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