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주의는 본성적으로 유혹과 위협이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 유혹은 상대주의를 옹호하는 이들이 상이한 언어, 문화, 개념체계들 사이의 해석 또는 번역을 할 때 부딪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서 상대주의의 설득력을 얻는 데 있다. 하지만 상대주의의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 그것은 상대주의가 궁극적으로 무정부주의적 허무주의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관적 우려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두 축을 중심으로 하는 기나긴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상대주의가 무엇이며 무엇일 수 있는지에 관해 철학자들 간에 합의는 이끌어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상대주의를 거부하기 보다는 그 본성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우리가 받아들이고 공존할 수 있는 ‘긍정적 유형의 상대주의’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탐색하고 있다. 완화된 상대주의를 논하는 이 책을 통해 객관주의와 상대주의의 불필요한 대립으로부터 벗어나, 탐구와 대화를 새롭게 열어 줄 또 하나의 철학적 조건과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