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이의 염소』는 1983년 일본이 침략전쟁을 도발하던 때, 도살장으로 먹고사는 요코하마 어느 마을에서 벌어지는 조선인과 일본인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그 안에는 전쟁의 상흔 속에서 빛나는 생명의 존엄성, 삶의 바닥에서 꿈틀대는 인간애가 담겨 있다.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난 이듬해. 돼지 마을의 아이들 겐, 가메, 코우는 돼지 연못을 '우리 나라', '우리 바다'라고 부르며 도요히사로 대표되는 상층민 아이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기들만의 전쟁을 한다. 하지만 절뚝이는 달랐다.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어도 절뚝이는 '먹고사는 일'때문에 매일같이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음식 찌꺼기를 얻기 위해 도요히사네 앞에서 꿀꿀거리며 바닥을 기어야 하고, '절뚝이'라고 놀림을 받아도 제 이름인 양 대답한다. 한편 일본인 식민지가 된 조선 땅에서 살기가 힘들어져 일터를 찾아 일본으로 떠나온 김상네는, 조선인이어서 겪는 멸시와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들 이름을 개명시키는데…. ☞ 반전 메세지를 담은 작품으로, 전쟁이 아이들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시대의 아픔과 그 속에서도 삶을 이어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