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우리나라 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던 월북 작가 이태준의 단편 동화 열두 편이 담겼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몇 장 안되는 분량에 걸맞는 작가의 이야기 구성 솜씨이다. 짧지만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전개되고, 남는 여운이 길다. 등장인물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살아 움직이는 듯 느끼게 하는 짧은 입말의 대화도 깔끔하면서 깊이 남는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1900년대 초반의 어려운 시절, 어린이들이 아직 어린이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를 담고 있다. 부모가 돌아가시고 딴 집에 얹혀살면서 온갖 고생을 겪는 내용이 특히 많다. 놀라운 것은 그런 내용을 동화로 형상화하는 지은이의 솜씨이다. 그 과정을 통해 이야기들은 단순히 슬프고 안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의 울림을 남겨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