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한 김해자 두 번째 시집. 노동자시인으로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의 강단을 보여준 첫 번째 시집 이후 6년 만에 펴낸 것으로, 이번 시집에 실린 68편의 시들은 하나같이 '사랑초'처럼 질기게 용맹정진하는 사랑의 시선이 깊은 울림을 낳고 있다. 7007년 여름, 인도양 홍해 지중해 대서양을 횡단한 바다 체험이 녹아 있는 4부를 제외하고, 이번 시집에 실린 대부분의 시들은 시인이 가장 어려운 시절을 통과하며 쓰여졌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가족을 간병하고, 이후 뇌출혈로 쓰러져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경험에서 그의 무의식이 닫아걸어 놓았던 기억들, 열사라는 이름으로 혹은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친구 동지들을 불러냈다. 애달픔이나 슬픔이나 분노 같은 감정들이 다 거세된 이후의 평온한 살풀이, 즉 그들을 위한 진혼굿에 가까운 그의 시를 통해 '과거사', '기념비로서의 민주화'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죽음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또한, 생의 구체적 체험들이 진중한 삶의 자세와 눈부신 혜안으로 승화되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