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등단 이후 줄곧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서 문학적 실천을 모색해온 작가 김남일이 십 년 만에 네 번째 소설집을 펴냈다. 간결하고 단정한 문체로 쓰여진 9개의 단편 속 인물들은 개인과 사회의 역학이 맞닿는 부분에서 상처를 입은 뒤, 남루한 생의 기억을 덮어버린 채 지난한 삶을 영위한다. 이미 사반세기가 지난 베트남전의 후유증, 사북의 기억, 분단과 머나 먼 팔레스타인 땅의 전쟁, '망'하나만 망가져도 엄청난 혼란에 빠질 기계문명 등, 이 소설집이 소재로 다룬 사회 문제들이 여전히 과정 중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