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연구하는 데 ‘민족’이나 ‘민족주의’의 시각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게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기제를 작동시키고, 이는 상대에게도 마찬가지의 기제를 작동시켜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저자는 해방 이후의 우리 역사 연구가 지금까지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 저자는 ‘원 간섭기’의 고려사가 이런 연구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다. 먼저 이 시기는 일제 식민 통치 시기와 다르게 우리 시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또한 그 시대를 살았던 역사적 인물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도 없다. ‘민족’이나 ‘민족주의’ 시각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더라도 심리적 부담이 적다. 따라서 ‘원 간섭기’의 고려사가 저자에게 색다른 호기심과 문제의식을 안겨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