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영화관은 연인의 데이트 장소로는 제격인 공간이다. 개방적이면서도 적당히 은밀하며 어두우면서 은근히 밝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사랑 이야기 치고 영화관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이 책 역시 극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싹틔워가는 연인의 이야기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라틴어로 빛을 의미하는 '뤽스 극장'과는 어울리지 않게 두 주인공이 극장을 찾는 이유가 불이 꺼지고 주위가 잘 보이지 않을 때 자신들의 아픔과 약점을 떨쳐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처때문에 서로에게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는 마린과 마티외. 그렇지만 사랑은 재채기처럼 감출 수 없는 것이라 했던가. 마음이 깊어지면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상대에게 속여왔던 '진실'을 밝혀야만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데 필요한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까...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문장이 간결하여 오 헨리를 연상케 하는 깜짝스런(동시에 사랑스런)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감이 늦춰지지 않는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읽는다면 한결 분위기가 살아날 것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