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문의 독특한 글쓰기를 엿볼 수 있는 소설집! 정영문 소설집『목신의 어떤 오후』. 한국문학에서 독특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작가 정영문은 인간 본연의 문제를 파고드는 특유의 실험적인 글쓰기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 어떤 희망이나 욕망 없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즐거워 보이는 정영문의 소설 속 인물들. 그들의 낮은 중얼거림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즐거움을 선사한다. 표제작 《목신의 어떤 오후》에는 호숫가에 소풍을 나온 세 사람이 등장한다. 파이프 담배를 문 그와, 그의 사촌인 그녀, 그리고 그녀와 함께 살고 있는 '나'는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익히 알고 있는 일들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는 세 사람의 주위에는 까마귀들이 배회하고 먹구름이 몰려온다. 그 때 숲 저편에서 개끈을 손에 쥔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 세 편의 연작소설 《동물들의 권태와 분노의 노래》는 작가의 호흡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1편에는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사는 남자가, 2편에는 바닷가의 동굴에 사는 인물이, 3편에는 2편에서 주인공과 조우했던 노인이 등장한다. 시간과 공간이 일그러진 채 묘사되는 풍경은 주인공의 의식과 겹쳐지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문다. 또한 주인공은 삶을 무의미하게 소비하는 한 방식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