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는 콧대가 아주 높다. 자기처럼 고귀한 새는 힘든 일 따위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피아의 취미는 멋 부리기, 온갖 잡동사니가 잔뜩 들어있는 가방에서 슬쩍해온 반지들과 깃털들로 한껏 멋을 부리고 서울을 보며 감탄하는 것이다. 남들은 도둑새라고 쑥덕이지만 소피아는 그저 가끔 한두 가지를 잠시 빌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우직한 베티와 우아하기만 한 소피아를 통해 꾸준함의 미덕을 말한다. 베티는 느리더라도 혼자 힘으로 차분히 나뭇가지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서 둥지를 완성하지만 소피아는 늦잠도 실컷 자고 슬쩍해 온 물건들로 멋만 부리다가 세월 다 보내고 망신만 당한다. 베티와 대조되는 소피아의 삶은 가엾긴 하지만 우습고 또 교훈적이다. 콜라주 기법의 대담하고 익살맞은 그림이 눈을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