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굴을 빠끔 내놓은 깜찍한 꼬마 녀석이 숲 속으로 산책을 나선다. 정해놓은 길은 없고 마음 내키는 대로 걷는 것. 뒷짐을 떡 지고 휘적휘적 나선 길. 그런데 잠깐, 녀석을 지켜보는 눈이 있다. 숲 속의 꼬마라니 그것 참 잘됐군! 여태껏 꼬마는 맛본 적이 없으니 저 녀석을 꼭 잡아먹어야겠어. 나무 뒤에 숨은 오소리가 군침을 흘리더니 꼬마를 따라나선다. 그러나 꼬마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한데 오소리도 모르는 게 있었다. 또 다른 나무 뒤에 오소리를 잡아먹고 그 다음에 꼬마를 잡아먹을 심산을 하고 있는 여우가 있는 것이다. 여우 뒤에는 늑대, 늑대 뒤에는 큰 곰이 입맛을 다시며 행렬에 합세한다. 하나씩 둘씩 자꾸만 길어지는 이 으스스한 행렬, 꼬마의 산책은 어떻게 되는 걸까? 여러 가지 감촉의 물건과 다채로운 색상은 노래처럼 이어지는 이야기에 흥을 돋우고, 골판지와 헝겊, 털실과 나뭇잎으로 된 그림은 진짜 가을 숲처럼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