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의 친형이자,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작가 이현의 첫 작품집을 펴냈다. 다섯 편의 단편과 중편 한 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은, 인간의 삶과 가치, 그리고 개인과 사회제도의 근원적 모순을 관념적으로 풀어나간다. 표제작 '수라도'는 주인공 '나'를 중심으로 두 가지 이야기가 얽히며 서로 다른 두 개의 공간이 중첩된 구조다. 작가는 신성의 세계와 세속의 영역을 중첩하면서 이 두 개의 공간을 오가는 주인공의 입장을 때로는 방관자처럼, 때로는 피해자처럼 그려낸다. MBC 베스트셀러극장에서 드라마로 방영한 바 있는 '시선(施善)에 대하여'는,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구걸 장면을 소설적 상황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베풀기'와 '구걸하기'라는 인간 행위의 관계를 심성에 근거하여 밝히고자 한다. '입석'은 야간열차의 입석 표를 구입하여 만원 기차에 오른 상황을 통해 사회적 제도와 인간의 관습 문제를 연관시키며, 학교 운동장에 배구대를 이전 설치하는 작업 과정을 묘사한 '노조 탄생'에서는 일을 '부리는 자'와 일을 '하는 자'사이의 관계를 도식적으로 해부하여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