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을 주인공으로 한 한만수의 대하장편소설. 1950년대 중반부터 밀레니엄 시대에 돌입하는 2000년도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한국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격변의 반세기, 한국인의 굴욕과 야망과 비루한 삶을 담은 작품이다. 사람들의 고뇌, 절망과 상처의 삶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없다. 굳이 꼽자면 '모산'이라는 마을이 주인공이다. 이병호 일가는 일본인의 마름으로 재산을 착복했다가 광복 이후 그로부터 땅을 물려받아 신흥지주가 됐다. 모산 사람들은 일제에게 빼앗겼던 땅을 되찾을 새도 없이 졸부가 된 동족의 발밑에서 또다시 좌절의 삶을 살아야 했다. 자유당을 지지하는 마을 유지들이 선거판을 쥐락펴락하던 때, 민중들에게 정치는 '한 켤레 고무신과 탁주 한 잔'실컷 얻어먹으면 그만인 것이었다. 그보다 자식들 사천회비라도 제대로 내려면 지주 이병호의 논 한 마지기라도 얻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일지언정 그의 발 밑을 쓸어야 했다. 한만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모산은) 우리나라 어느 산골이나 어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마을"이라면서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모양으로 반세기를 살아왔고, 당시 태어난 사람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 궁금증을 풀어가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결국 소설 속 사람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이고,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