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여 년의 삶에 담긴 구체적이고 강렬한 기억!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작가 폴 오스터의 소설 『겨울일기』. 여러 문학적 기법을 활용해 저자 자신의 삶을 심도 있게 통찰한 회고적 성격의 소설이다. 죽음에 관한 단상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에서 2011년 예순네 살을 맞은 저자가 작가다운 감수성으로 되살려낸 삶에 의미를 남긴 사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생의 겨울로 들어선 저자가 육체와 감각을 통해 써내려간 자신의 과거는 기나긴 성적 탐험의 역사를 거쳐 가족사의 어둡고 아픈 부분까지 모두 담고 있다. 생의 감각적 경험을 인과관계나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비선형적 구성과 자신을 2인칭으로 묘사하는 관찰자 시점으로 써내려가며 저자의 독특한 세계를 따라가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몸이 세계와 접촉하고 충돌하며 겪어 온 쾌감과 고통의 기억들을 특유의 빼어난 문체로 풀어낸 저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 고유한 것과 새로이 얻은 외부의 것들과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64년간의 누적된 감각적 경험들은 없애버릴 수 없는 자신의 일부이지만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