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행동생물학 책으로 국제동물행동학자 위원회 벨기에 대표인 마크 넬리슨이 시니컬하고 유쾌하게 쓴 '인간동물 관찰기'다. 이 책은 어렵고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다. 읽는 데 심리학이나 생물학에 대한 배경지식은 필요 없다. 어려운 지식 없이도 다윈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짤막한 에피소드 형식의 글을 모아놓았다. 이 짧고 일상적인 글에는 ‘회의 시간에 왜 팔짱을 끼는가?’, ‘왜 사람은 피부색이 다를까’ 와 같이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사소한 질문부터 ‘나는 왜 고통을 느끼는가’, ‘진짜 내 모습은 무엇일까’ 와 같이 심오하고 근본적인 질문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다. 다윈의 시선으로 우리의 행동을 돌아보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지만 가끔은 마음 한 구석이 뜨끔하기도 한다. 혹시 인간은 진화를 같이 거쳐 온 지구상의 생명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다윈의 안경을 쓰고 보면 이들 중 누구도 우월하지도, 항상 옳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때때로 우리의 삶에 찾아드는 불안과 의심을 물리치는 데 신앙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인간은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동시에 수십만 년의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된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특별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