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이 지구를 파괴하고 인류를 망치고 있다고 소리 높여 주장했던 존 그레이. 저자는 『꼭두각시의 영혼』을 통해 ‘인간은 자유롭다’는 생각이야말로 엄청난 착각이고 망상이라 역설한다. 흔히 인간이 지구에 등장한 이래 끝없이 진화해 왔고, 지적으로 더 고등한 상태로 나아가는 중이며, 진화할수록 사고 체계도 정교해져 ‘더 나은’ 인류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들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이런 믿음을 하나씩 깨부순다. 먼저 인간이 진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틀렸다고 주장하면서 진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종교적 신념과 결부되어 인류를 버팅기고 있지만, 인류가 야만의 시대에서 문명의 시대로 진화해 왔다는 것 자체가 착각이라고 말한다. 정치철학자인 존 그레이의 방대한 지식은 이미 전작들을 통해 충분히 검증되었다. 그러나 『꼭두각시의 영혼』에 언급되는 여러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저자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인간의 자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을 위해 다양한 해석을 담은 작품들을 끌어온다. 즉, 정치와 철학, 문학과 역사, 종교를 넘나드는 수많은 작품들이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